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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마운트 매킨리

 * 높이 20320 피트 (6194 m)
 * 마운트 매킨리! 2만 피트가 넘는 높이로 미국은 물론 북미 대륙에서도 제일 높은 산으로 1913년에야 인간에게 최정상을 내 보인 신비의 산이다. 

 수많은 영령들의 한이 맺혀서일까. 낮이나 밤이나 구름이 허리를 감고 풀어 주질 않고 있으니 하얀 소복을 입은 네 자태는 영영 볼 수가 없구나. 허나 내일은 기필코 비행기를 타고 가서라도 네품속을 파고들어 지금까지 속으로만 울먹이던 심장을 속 시원하게 큰 소리 내어 울게 하리라.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말이 있다. 옛말이 하나도 그른 말이 없다고는 하지만 올라가지는 못할망정 쳐다보지도 않고 글을 쓴다는 것은 필자의 자존심이나 독자들의 명예에도 흠이 될 터. 

 하여 미 50개주 최고봉 등정 52번째 코스로 이곳을 정하고 2008년 9월 3일 8시30분 LA발 알래스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앵커리지 공항에 내리니 구름은 잔뜩 끼어 있고 보슬비가 간간이 뿌리는 게 벌써 알래스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나타난다. 

 숨 돌릴 틈도 없이 230마일 북쪽에 떨어져 있는 데날리(Denali) 국립공원을 향해 달리는데 LA와는 기온차가 무려 화씨 30여도나 되니 출발 때 입었던 반팔에 반바지를 재빨리 바꾸어 입지 않으면 속살로 스며드는 한기를 배겨 낼 길이 없다. 

 구름 사이로 언뜻 언뜻 보이는 산들은 산등성이 마다 희끗희끗 하얀 눈들이 점박이처럼 남아있고 도로변에는 벌써 아스펜 나무와 미루나무가 단풍이 들어 노랑 잎의 절정을 이루고 있다. 

 특히 단풍나무 아래로는 나지막한 블루베리 잎사귀들이 주홍빛으로 한껏 물들어 있어 마치 온 세상을 빨간 양탄자로 덧씌운 것만 같다. 구름과 눈과 단풍이 어울려 빚어내는 풍광 속으로 달려가는 느낌은 참으로 신비스럽고 오묘해서 한 자리에서 4계절을 다 맛보는 것처럼 황홀하기만 하다. 

 일반인들이 마운트 매킨리를 가까이서 보려면 버스 투어를 이용해야 한다. 보통 왕복 5시간부터 12시간 짜리 코스 등 다양한 투어가 있는데 에일슨(Eielson)까지 다녀오는 8시간 짜리도 매킨리의 뒷쪽으로는 어지간히 둘러볼 수 있어 권할 만한 곳이다.

 데날리 국립공원이나 마운트 매킨리에는 등산로가 없다. 단 방문객 센터에서 새비지 강(Savage River까지 서쪽으로 15마일 정도 가면 강 양쪽을 따라 왕복 2마일의 루프(Loop) 트레일과 새비지 (Savage Rock)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는 정도다. 

 새비지강 다리를 건너면 일반 차량은 더 이상은 통행할 수 없고 자연보호 차원에서 만든 투어 버스만 들어갈 수 있다. 

 마운트 매킨리는 남쪽 봉우리와 북쪽 봉우리가 서로 옆에 붙어 있는데 등정하는 사람들은 거의가 다 20,320피트 최고봉인 남쪽 봉우리에 도전한다. 등정을 위해서는 대부분 경비행기를 타고 마운트 헌(Mt. Hunter)와 마운트 포레이커(Mt. Foraker) 사이에 있는 해발 7,500피트 높이의 카일트나(Kahiltna) 빙하에 내려 베이스 캠프를 친다. 

 거기서도 정상을 정복하는 데는 보통 2~3주가 걸린다. 

 정상을 올라가는 대표적인 루트로는 3군데가 있는데 클라이머의 85%는 그중에서도 웨스트 버트레스(West Buttress)루트를 택한다고 한다. 

 올라가지 못할 나무라고 아예 쳐다보지도 않을 수 없어 날씨가 좋아질 때까지 한나절을 기다린 끝에 간신히 경비행기 속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는 깊은 계곡 속의 빙하 위를 이리 틀고 저리 틀며 금방이라도 바위산에 부딪칠 듯 곡예비행을 하는데 나도 몰래 간이 오그라드는 것 같다. 마침내 오목하고도 쏙 들어간 막 다른 골목의 빙하 위에 살포시 내리는데 드디어 매킨리 산 자락에 들어왔구나 싶어 긴장감은 오히려 더해만 간다. 

 "산에 들면 가득한 정기 있으매 푸른 기운 솟고 산의 자연 있으매 맑은 물도 흘러 우리 생명 더불어 모든 생명이 살아 숨 쉬노니 북 미주의 최고봉 매킨리여 만고불변 하여라." 빙하 위에 서서 구름에 가려 있는 정상 쪽을 바라보니 여태까지의 긴장감은 눈 녹듯 사라지고 어느새 엄숙한 기분까지 느껴진다.

 차디 찬 저 얼음장 속에는 산을 사랑했던 젊은 사람의 영혼들이 수 없이 묻혀 있을 터. 매년 십수명씩 조난을 당한다고 하니 인간이 위대하다고는 하나 웅대한 자연 앞에서 한없이 나약할 수밖에 없음이 새삼스럽다. 

 매킨리 등정은 Talkeetna Ranger Station에서 입산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매년 신청자가 1,200명쯤 된다고 한다. 그중 정상 등정에 성공하는 사람은 절반 정도 이고 나머지는 중도에 포기하고 만다. 또 그중 1%는 조난을 당한다는 통계도 있다. 

 베이스캠프라고 해도 한 여름의 평균 기온이 화씨 10도에서 50도 사이라니 얼마나 혹독한 추위와 싸우며 온갖 역경을 이겨내야 하는가는 불문가지다. 거기다 수많은 빙벽 사이 절벽과 눈사태, 강풍 등 도처에 어려운 난관이 깔려 있으니 그만한 희생자가 나올 법도 하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매킨리에 오를 수 있는 가장 좋은 계절은 4월과 7월 사이이며 입산 허가를 받는 데는 1인당250불이 든다. 또 경비행기 탑승 비용은 몸무게에 따라 달라지는데 125파운드까지는 525불이고 1파운드 초과시 1불씩 추가로 더 내야 한다. 

 비행장 바로 옆에 있는 Talkeetna 공원 묘지에는 매킨리 정복에 나섰다 장렬하게 산화한 고상돈과 이일교 두 대한남아의 추모비가 서 있고 그 옆에는 또 다른 6명의 한국 산악인들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매킨리 정상을 정복하다가 희생된 위패들을 살펴보니 2007년까지 미국인이 71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일본사람 22명이었다. 그다음으로 캐나다가 12명이고 한국이 8명으로 4번째로 많았다.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산을 향한 불타는 의지를 태우다 중도에 멈추고 말았으니 그 아까운 젊은 넋을 어떻게 달래주어야 할지 모르겠다.

 마지막 날 그래도 혹시나 싶어 다시 수십마일을 반대 방향으로 올라가 공원 안으로 들어가 새비지강쪽으로 가는데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아니면 젊은 영령들의 한이라도 풀어 주기 위함이었던가. 늘 허리를 감고 풀어주질 않던 구름들이 실오라기 하나 없이 직선거리 70마일 밖에서도 선명하고도 웅장한 전라의 모습을 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의아했지만 버스에서 내린 관광객들의 환호와 탄성이 범벅이 되면서 모처럼 드러낸 웅자 앞에 모두들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기에 정신이 없다. 아, 어제 경비행기를 타고 네 품속을 파고들어 젊은 영령들을 위로한 보람이 있었구나.

 나중에 앵커리지도 돌아와 알래스카를 주제로 한 아이맥스 영화를 보니 그 또한 감동이었으며 미국이 과연 축복의 나라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순록들이 초원에서 풀을 뜯어 먹는걸 봐도 평화와 축복이요, 이 큰 땅 덩어리가 넝쿨째 굴러 들어온 것을 봐도 큰 축복이다. 거꾸로 소련은 또 얼마나 후회와 탄식이 컸을까. 아마 개인 같았으면 속병이라도 깊게 들어 제 명에 살지도 못했으리라.

 * 알래스카

 면적은 남한의 17배로 미국에서 가장 넓은 주로 전체 미국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크기다. 인구는 62만명. 알래스카라는 말은 에스키모 원주민 언어로 본토라는 뜻이다. 주의 수도는 주노(Juneau)이며 앵커리지가 가장 큰 도시다. 

 베링 해협을 지나 러시아까지 55마일 밖에 되지 않으며 미답사의 황야, 빙하, 화산, 산맥등 무궁무진한 지하자원과 자연 경관을 가지고 있어 마지막 개척자 (The Last Frontier)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알래스카는 1867년에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윌리엄 H. 수어드가 러시아로부터 1에이커에 2센트씩 합계 720만 달러에 매입했는데 당시에는 이를 '수어드의 어리석은 행위'라 불렀지만 지금은 역사상 가장 수지맞은 거래로 기억되고 있다. 미국의 최고봉 상위 20개중 17개가 알래스카에 있다.


기사 입력시간: 2010-07-12 14:37: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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