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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조나주, 험프리 피크

 * 높이 12,633피트 (3,851m)
 *험프리 피크는 애리조나 주에서 제일 높은 1만2633피트 이고 위치는 플래그스태프(Flagstaff)시에서 북향으로 10여 마일 떨어져 있다. 시내의 중심가인 180번 선상에서 스노볼(Snow Bowl)로드로 약 5일 정도 스키장으로 올라가면 스키 리프트 밑으로 건너가는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그 곳은 해발 9270피트 정도인데 다시 정상까지는 9.5마일, 3300피트나 더 올라가야 한다. 정상적인 날씨일 경우 소요 시간은 7시간 정도다. 

 1만1000피트 까지는 경사가 45도가 넘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코스 중에 하나다. 산이 높기 때문에 30마일 밖의 윌리엄스(Williams)에서도 보일 뿐 아니라 운무나 매연이 없는 맑은 날에는 그랜드 캐년의 사우스 림(South Rim)까지 보일 정도로 명산 중에 명산이다.

 이 산은 사막이 많은 아리조나의 전형적인 산이지만 그랜드 캐년 인근의 깊은 계곡에서부터 눈 내리고 바람부는 정상 부근까지 다양한 지형분포를 보이고 있어 미국에서도 가장 특이한 산으로 꼽힌다. 

 등산가들은 그래도 이 산이 서부 지역 높은 산 중에서는 등정이 쉬운 편에 속한다고들 한다. 그렇지만 그것도 기후가 좋고 등산 여건이 최적일 경우에 하는 소리일 것이다. 내가 갔을 때 3월 하순은 별로 운이 좋지 않았다. 

 올해는 눈이 많이 쌓여 등산이 여의치 않았던 것이다. 험프리 피크 등산로 입구에는 입산 허가를 받으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어 5075 N89번 하이웨이 상에 있는 레인저(Ranger) 사무실을 물어 물어 찾아 갔다. 

 레인저는 아직 때가 이르다는 뜻을 풍기면서도 멀리서 찾아온 정성을 봐서 특별 선심을 쓰는 것이라는 표정으로 허가를 내주면서도 몇 번이나 주의와 경고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응급 상황에 연락할 수 있도록 비상 연락처까지 달란다. 

 입산 허가를 받고 등산로 입구로 들어서니 마침 등반객 명단이 씌어져 있는 노트가 보인다. 내가 찾아간 날이 3월 25일인데 3월 2일 이후로는 입산객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이거 영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호기롭게 발을 내딛긴 했지만 워낙 눈이 많아 얼마 못가 어쩔 수 없이 등정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네 나이가 지금 몇이더냐? 

 젊은 사람도 올라 갈 수 없는 때인데 감히 여기가 어디고 마음을 바꾸지 않고 객기를 부리려 하느뇨?

 하얀 눈썹에 백발이 성성한 산신령이 저 만치 산 위에서 엄하게 호령하는 환상이 보이는 것 같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발길을 도저히 어찌할 할 수가 없어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린다. 하지만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내가 등산 실력이 없어 못 오른 것이 아니라 금년에는 눈이 하도 많이 와서 얼마를 들어가다 도저히 포기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보니 더 억울하고 허탈했다. 

 인생도 한 평생 살다 보면 성공도 하지만 수많은 실패를 맛보게 된다. 50개주 최고봉 등정도 인생과 같아서 마음 먹고 찾아가더라도 더러는 등정에 실패를 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이번 경우가 그랬다. 

 지만 막상 처음으로 실패를 막상 당하고 보니 500마일 가까이 10시간 정도 운전을 하고 온 것이 너무나 아쉽고 안타깝고 왜 왔던가 하는 후회도 든다.

 오냐 네가 가슴을 벌리고 나를 받아 줄 때 내 다시 오마. 이것은 오기도 아니고 호기도 아니며 더더욱 객기도 아니다. 그저 이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는 나와의 약속이요 다짐일 뿐이다. 

 *아리조나

 남한의 3배 정도 크기이다. 주 이름은 '작은 샘이 있는 곳(little spring place)'이라는 뜻의 인디언어 아리조낙(arizonac)에서 유래되었다. 

 주도는 피닉스(Phoenix). 그랜드 캐년이 있는 주라해서 Grand Canyon State라 불린다. 아파치를 위시한 인디언의 영토였던 이 지방에는 지금도 가장 많은 인디언이 살고 있는데 대표적인 부족은 나바호, 호피, 그리고 피마족 들이다. 

 피닉스와 투산(Tucson)이 큰 도시들이며 전자, 항공기 등의 첨단 기술 산업이 집중되어 있다. 고온에도 불구하고 습도가 낮은 기후 덕분에 플로리다를 대신하여 점차 '노인의 천국'이 되어 가고 있다. 

기사 입력시간: 2010-07-27 10:38: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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